[암병동 졸업생] 설암 반쪽 혀를 갖게 된 이야기

 이 책을 펴서 끝까지 읽는다 다만 당신은 암병동에 대해서 비슷한 경험을 하거나,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거나, 또는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268p 에필로그 중에서

나도 그렇다.

작년 5월부터 현재까지 ‘암’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해 보지 못했다.

치매에 익숙했고 경험도 있어 버틸 수 있다고 각오하고 준비했는데 암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무척 당황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랬다.

그래서 올해 어머니와 헤어져서 너무 많은 후회를 했다.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되는데…

어머니의 일이 없었다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에 어머니 병명을 알고 내가 하도 몰라서 책부터 샀어. 치료법이나 질병 자체에 대한 책과 사례가 담긴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사례나 리뷰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미 지난 지금, 이 책을 선택한 나는 아직도 어머니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후반에 암이라니. 나보다 훨씬 당황했을 그녀의 말에 마음이 와닿는다.

어머니를 간병하며 곁에서 지켜보는 내내 그 얘기를 어딘가에 들려주고 싶었지만 결국 못했다.

글 쓰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데 나는 당시 1인 4역을 했기에 그런 시간에 오히려 휴식을 택했다.

그러나 한유경 그녀는 이 글을 쓰는 것이 그녀를 지탱해주는 하나의 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일은 오늘 하루를 완전히 살아가는 것이다.

” … 9p

한유경 작가사진= 카모마일 프레스 제공

처음 자신의 병을 알고 죽음을 택한 그의 마음도, 이후 수술을 받기로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그의 이야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병원과 사람들 사이에서 가족들에게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한 이야기에 매우 공감이 갔다.

정말 정직하고 담백하게 내 얘기를 하기 때문일거야. 또 그녀를 통해 어머니를 이해해 본다.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나를 이렇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게 간단한 것조차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세상에 홀로 이 아픔을 지닌 채 남겨진 것 같았다.

쓸쓸했다.

“…131

어머니는 뇌종양으로 처음엔 운동 능력을 상실했지만 곧 언어 능력도 상실했다.

점점 초조해지는 어머니를 보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가족 역시 힘들어졌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어머니가 더 외로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 혼자 있고 싶지만 보호받고 싶기도 한 이중적 감정

어머니를 보내 생각한 것을 한유경 에세이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녀가 살 결심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게 좋겠어. 앞으로 더 건강해져서 핸디캡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내 삶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엄마가 보고 싶은 가을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암병동졸업생 #설암 #한유경 에세이 #완치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