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악령 아래 무력한 사람들 : 영화 후기 (스포

엽기적인 악령 아래 무력한 사람들 : 영화 <랑종> 리뷰 (스포 있음) – 영화 <랑종> 줄거리 / 리뷰 / 스포 / 결말 –

장르: 스릴러, 공포

감독 : 반존 피산다나쿤

배우 : 나리야 군꿈콘켓, 삼치우퉁마, 실라니양키티칸, 야사카차이손 외 다수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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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릴러 전문 대가 ‘나홍진 감독’이 제작하고 태국 유명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했다는 영화 ‘랑종’.

개봉 전부터 개봉 이후까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사가 끊이지 않았던 그 영화를 드디어 오늘에서야 감상했다.

일단 영화는… 곡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가 아닐 수 없을 정도로 곡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감도 컸다.

소문난 고어텍스 장면은 심각했던 반응에 비해서는 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예전에 우연히 본 정말 터무니없이 고어틱한 B급 외국영화 수준의 장면을 예상했는데 그에 비해서는 그리 잔인한 장면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혐오감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보는 동안 몇 장면이 못생기긴 해.적어도 곡성보다는 고어틱하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무섭다는 평가도 대충 봤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많은 말과는 달리 영화는 그리 무섭지도-그렇다고 아주 재미있지도 않았다.

물론 이것도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아무튼 기대 이하였다.

음산하고 습한 태국 시골 배경 묘사,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다한 공포물이다.

영화는 페이크 도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무당 가문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그렸다.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이상 지역’의 시골 마을.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숲, 나무, 숲을 비롯한 자연과 사물, 죽은 사람의 영혼까지 모든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태국 다큐멘터리 취재팀은 이 마을에서 가문의 대대로 조상인 ‘바얀’을 모시는 랑종(=또는 무당)에 관해 취재하는 것이 허용된다.

랑종의 이름은 님. 그녀는 신을 거부한 언니 대신 스스로 랑종이 된 중년 여성이다.

어느 날 ‘님’은 매형의 장례식을 방문해 언니 딸 ‘민’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조카 ‘민’은 혼자 갑자기 화를 낼 뿐 아니라 방안에 이상한 물건을 가져와 쌓아두거나-심지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낯선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님’과 그녀의 언니 ‘노이’는 ‘민’에게 ‘신’이 왔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민’의 행동은 조상신 ‘바얀’이 깃든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모습이고, ‘님’은 ‘민’의 몸속에 깃든 영혼이 조상신이 아닌-‘민의 죽은 형’의 악령이 들어갔다고 판단한다.

‘민’에게는 사고사를 당한 형이 한 명 있었지만 사실 ‘교통사고’가 아닌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자살을 선택한 영혼이 좋은 영향을 미칠 리 없다는 것을 아는 ‘님’은 죽은 오빠의 영혼을 ‘민’에게서 몰아내기 위한 의식을 치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잠시의 의식 끝에 – ‘당신’은 ‘민’의 몸 속에 깃든 영혼이 사실은 ‘민’의 죽은 형님이 아니라 ‘민’의 부계 쪽 사람들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귀신들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 나날이 이상 증상이 심해지는 「민」.님’은 유명한 ‘남자 무당’과 함께 목숨을 걸고 ‘민’의 퇴마의식을 진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계획 당일 무엇 때문인지 침대에서 쓰러진 채 사망하고 만 ‘님’. 홀로 퇴마의식을 치러야 하는 남자 무당은 ‘님’ 대신 그녀의 언니 ‘노이’와 함께 민의 몸속에 깃든 악령들을 속여 노이의 몸속에 악령을 끌어들인 뒤-악령을 퇴치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퇴마의식의 결과는 대실패.

남자 무당을 비롯한 많은 조력자, 심지어 노이까지 악령에 사로잡히고 – 방송 스태프는 그들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귀신들이 깃든 ‘민’은 자신의 어머니 ‘노이’를 불태워 죽게 해-에필로그에서 한때 신의 존재에 회의감을 가졌던 생전 ‘님’의 모습이 보이며 영화는 끝난다.

모든 공포영화가 그렇듯 이번 ‘랑종’ 역시 끝이 너무 깔끔하고 씁쓸하다.

개운치 않은 결말에 어리석은 인물의 답답한 민폐까지.

다 보고 나면 기분이 몹시 불쾌해져.지금 보면 이 부분이 ‘곡성’과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를 담았는데 영상이 너무 흔들려서 – 초반부를 볼 때 머리가 아팠다.

영화보고 취한건 정말 오랜만이야.

영화를 보는 동안 배우들은 정말 고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도 잘하고 – 고생도 많이 했네 특히 주연배우 ‘나리야’. 연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정말 많았는데, 능숙하게 열연해준 덕분에 나름 몰입해서 잘 감상할 수 있었다.

배경과 소품 활용은 잘 된 공포영화였다.

앞서 작성했는데 배우와 배경만큼은 정말 마음에 든다.

지난 ‘곡성’에 이어 이번 ‘랑종’에서도 나홍진 감독은-인간의 무력함과 악령의 강력함을 여지없이 어필했다.

나름대로 나홍진 감독이 꾸준히 누르는 메시지 중 하나인데, 이번 ‘랑종’을 끝으로 이 주제는 더 이상 누르지 말아달라는 바람이다.

의심하고, 약하고, 계속 당하기만 하는 인간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새 피로감이 상당하다.

영화를 다 본 뒤 유튜브 ‘이동진 평론가’ 채널에서 ‘랑종’에 대한 해석 영상을 봤는데 꽤 재미있었다.

영화 팬들에게 정작 영화보다 평론을 듣는 게 더 재미있을 정도로 쓴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마지막으로 몇 가지 기록하고 싶은 해석본을 추가해 본다.

-민에게 빙의된 영혼은 인간에서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민’의 친할아버지가 저지른 죄악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귀신’들이 있다.

-영화 초반 민은 같은 악몽을 되풀이 꾼다.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칼을 쥔 덩치 큰 남자가 누군가를 참수하고 잘린 목이 무엇인지 말하려고 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꿈이다.

무력하게 잘린 목은 조상신 ‘바얀’ 석상에 대한 복선이고 덩치 큰 남자는 거대한 악령의 집합체다.

  • 퇴마를 하러 갈 때 파란색 차에 붙인 ‘이 차는 빨간색입니다’라는 스티커는 – 일종의 기만이며, ‘민’ 대신 악령의 재물이 되는 ‘노이’의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미 한 번 귀신을 속인 전적이 있던 ‘노이’에게 딱 맞는 장면이자 그녀가 저지른 업보를 의미한다.

  • – 마지막 부분, ‘노이’에 담긴 신은 ‘바얀’이 아니라 – 또 다른 악령이자 악행을 저지른 ‘장인’의 영혼일 수 있다.

    시아버지의 영혼이 깃든 ‘노이’는 – 시아버지에게 죽은 원령이 깃든 ‘민’에 의해 잔혹한 복수를 맞는다.